1. 서 론
전기는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에너지원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화재 발생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화재통계(
1)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10,588 (전체화재 중 28.15%)건의 전기화재가 발생하여 459명의 인명피해와 2,317억의 재산피해가 나타났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확인 단락이 32.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절연열화에 의한 단락(18.19%), 트래킹에 의한 단락(13.00%), 접촉불량에 의한 단락(11.73%), 과부하/과전류(7.74%), 기타(7.65%), 압착손상에 의한 단락(3.73%), 누전지락(2.55%), 반단선(1.57%), 층간단락(1.03%) 순으로 나타났다. 미확인 단락, 절연열화, 트래킹, 접촉불량 등 아크(arc-fault)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이 전기화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전기안전 시스템이 아크라는 특정 위협에 대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통계가 현실에서 갖는 의미는 2019년 천안 라마다호텔화재, 2021년 이천 쿠팡물류센터화재, 2024년 서천 특화시장화재 및 부천 호텔화재 등 반복되는 대형 화재 참사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이들 화재는 모두 전기적 요인에 의한 아크가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이는 아크 화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국내 배선 환경에 100% 보급된 누전차단기(earth leakage circuit breaker, ELCB)는 과전류(단락)와 누설전류(감전) 방지에는 효과적이지만, 부하 전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직렬 아크는 감지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아크차단기(arc fault circuit interrupter, AFCI) 설치를 의무화하여 전기화재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바가 있다(
2). 국내에서도 전기화재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2021년 한국전기설비규정(Korea electro-technical code, KEC) 214.2에 “화재의 위험성이 높은 20 A 이하의 분기회로에는 전기 아크로 인한 화재의 우려가 없도록 KS C IEC 62606 (AFDD, AFCI, 사고아크 검출장치에 대한 일반조건)에 적합한 장치를 각각 시설할 수 있다.”로 규정하였고, 소방청 건축위원회 심의 표준 가이드라인에 AFCI 설치 권고안을 추가하였다(
3). 최근 대형 화재를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물류센터나 전통시장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을 중심으로 AFCI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에서도 ELCB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Park 등(
4)은 노후 ELCB의 과전류 동작 특성을, Hong 등(
5)은 단락 전류에서의 동작 범위를 연구하였다. 또한 Kim(
6)은 접촉불량 상태의 저전류 직렬 아크 조건에서 ELCB가 화재 발생 전까지 동작하지 않는 한계점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며, AFCI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ELCB 자체의 특성 분석에 집중되어 있거나, AFCI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특히, 현행 아크차단기 안전 표준(KS C IEC 62606 또는 UL 1699)을 받은 상용 AFCI가 실제 전기화재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트래킹(tracking) 현상에 대해 효과적인지를 ELCB와 직접 비교⋅검증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트래킹은 먼지나 습기로 오염된 절연물 표면에서 점진적으로 탄화도전로가 형성되며 발생하는 아크로, 그 발생 메커니즘과 전기적 신호가 매우 복잡하고 비정형적이다. 만약, 현재 보급이 논의되는 AFCI가 이러한 트래킹성 아크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기존 누전차단기의 10∼20배(
7)에 달하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화재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즉, 전기화재의 경우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안전 기준에 의한 규정된 표준 시험 외에도 다양한 전기화재 조건에서 AFCI의 성능을 검증하여 도입하는 것이 정책적 실패를 방지하고, 전기화재 사고예방 저감에 효과적인 결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트래킹 전기화재를 모사하고자 직⋅병렬 트래킹 조건을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누전차단기(KS C 4621 또는 KS C 4613 인증 제품)와 상용 아크차단기(KS C IEC 62606 인증 제품)의 동작 특성을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행 아크차단기 안전 표준과 트래킹성 전기화재 시나리오 간의 차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아크차단기의 실제 성능과 한계를 파악함으로써, 신뢰성 높은 차세대 스마트 아크차단기 개발을 위한 필요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이론적 배경(7-12)
아크 결함은 회로 내 발생 경로에 따라 그 전기적 특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며, 이는 기존 보호장치의 동작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된다(
7,
8). 이러한 아크 결함은 크게 직렬 아크(series arc)와 병렬 아크(parallel arc)로 구분할 수 있다(
9).
먼저, 직렬 아크(series arc)는 부하와 직렬로 연결된 단일도체 경로상에서 발생하는 아크를 의미하며, 주로 전선의 접속부 불량, 노후화로 인한 부분 단선, 또는 손상된 기기 코드등 회로 전류가 흐르는 경로상 연속성이 불완전해질 때 발생한다. 이 경우 직렬 아크 전류(I
series_arc)의 크기는 식(1)과 같이 회로를 구성하는 모든 임피던스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
10).
여기서, Vsource는 전원전압, Zline은 선로 임피던스, Zarc는 아크 임피던스, Zload는 부하 임피던스를 의미한다.
식(1)에서와 같이 아크 임피던스(Zarc)가 추가되더라도 전체전류의 크기는 회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하 임피던스(Zload)에 의해 지배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직렬 아크 전류는 대부분 차단기의 과전류 트립(trip) 설정값 이하에 머무르거나, 정상상태의 부하 전류보다 약간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존의 과전류 보호장치는 직렬 아크를 정상적인 부하 작동으로 오인하여 보호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크 지점(Zarc)에서는 줄의 법칙 (H = 0.24I2RT)에 따라 높은 열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즉, 직렬 회로에서는 회로의 흐르는 전류가 일정하기 때문에 임피던스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아크 지점에서 발생하는 단위시간 당 발열량(P = I2R)이 다른 부분에 비해 집중적으로 커지게 되고, 국부적인 발열이 시간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아크 지점의 온도가 수천 ℃에 이르게 된다. 이 누적된 열에너지가 주변 절연 피복이나 인접 가연물을 발화시켜 화재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점화원으로 작용될 수 있다.
반면, 병렬 아크(parallel arc)는 상이 다른 두 도체 사이의 절연이 파괴되어 부하와 병렬로 전류가 흐르는 비정상적 회로경로가 형성되는 현상으로 이는 전선 피복의 노후화나 물리적손상, 또는 도전성 오염물질에 의한 트래킹 현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10,
11). 이 경우 아크 전류는 부하 임피던스와 무관하게 전원부터 고장점까지의 선로 임피던스(Z
line)에 의해서만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단락(short-circuit)과 매우 유사한 상태로 회로의 가용 고장 전류(available fault current)에 가까운 매우 큰 전류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대전류는 그 자체로 폭발적인 아크 플래시(arc flash)를 동반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보호장치의 순시 trip (자기 trip) 기능을 동작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이로 인해 병렬 아크는 직렬 아크에 비해 검출 자체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2).
3. 실 험
3.1 실험 시료
Figure 1은 직⋅병렬 트래킹에 따른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의 동작 특성 분석에 사용한 실험 시료를 나타낸 것이다. 실험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서 시판 중인 3개 제조사의 제품을 각각 사용하였으며, 누전차단기는 EL-1, EL-2, EL-3으로, 아크차단기는 AF-1, AF-2, AF-3으로 명명하였다. 모든 실험 시료는 본 연구의 핵심 비교 조건인 정격전압(AC 220 V), 정격감도전류(30 mA), 정격차단전류(2.5 kA) 사양이 동일한 제품으로 선정하였다. 비교군으로 사용된 누전차단기는 모두 정격전류 20 A 사양으로 통일하였다. 다만, 아크차단기의 경우 유통되는 제품의 한계로 인해 정격전류 20 A 제품과 함께 30 A, 32 A 제품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이러한 정격전류의 차이는 본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본 연구의 핵심 평가 항목인 직렬 아크 검출 성능은 차단기의 과부하 보호 기능(열동 trip)과 무관한 별도의 전자회로 및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며, 병렬 트래킹 시의 단락 보호 성능은 정격전류의 수 배 이상인 고장 전류에 대해 동작하는 순시 trip (자기 trip) 기능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Figure 1
3.2 실험 방법
Figure 2는 직⋅병렬 트래킹 실험의 구성도를 나타낸 것이다. 실험은
Figure 2(a)의 직렬 트래킹과
Figure 2(b)의 병렬 트래킹 두 가지 시나리오로 진행하였으며, AC 부하시험기(PTRLB- 30K220V, Power TM Co., Korea)를 이용하여 정상 사용 범위의 부하 전류인 5 A, 10 A, 15 A, 20 A를 각각 인가하였다. 트래킹 현상 모사를 위해 KSC IEC 60112 (고체 절연 재료의 내트래킹성 측정방법) 규격을 응용하였으며, 오손액은 0.1% 염화나트륨(NaCl) 수용액을 사용하였다. 원형터미널의 전극 간격이 4 mm를 유지하도록 베크라이트(Bakelite) 판에 고정하고, 그 중앙에 마이크로 피펫(WitoPet, WITEG Co., Germany)을 이용하여 30 mm 상부에서 오손액 20 mg을 30 s 간격으로 적하하였다. 실험은 직⋅병렬 모두 트래킹이 발생할 때까지 각각 3회씩 진행하였고, 1회라도 차단이 되지 않으면 non-trip로 판정하였다.
Figure 2
Experimental configuration diagram.
트래킹 진전 과정 동안의 전압 및 전류 파형은 오실로스코프(WaveRunner 64Xi, LeCroy Co., USA)에 차동프로브(ADP300, LeCroy Co., USA)와 전류프로브(CP150, LeCroy Co., USA)를 연결하여 측정하였다. 또한, 아크 발생 지점의 열적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열화상카메라(Testo 890, Testo co., Germany)를 이용하여 5 s 간격으로 온도를 측정하였다. 이때, 측정 범위는 가연물의 일반적인 발화점을 고려하여 화재 위험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350 ℃로 설정하였다.
4. 실험 결과 및 고찰
4.1 직렬 트래킹 실험
직렬 트래킹 실험 결과 5 A, 10 A, 15 A, 20 A의 모든 부하 전류 조건에서 트래킹 및 섬락이 발생하지만 실험에 사용된 누전차단기(EL-1, EL-2, EL-3)는 3회 실험에서 모두 trip 동작을 하지 않았고, 아크차단기(AF-1, AF-2, AF-3) 시료는 트래킹 발생 후 섬락이 지속된 이후 일부 제품에서 1회 trip 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모든 조건에서 전부 Trip 되지는 않았다. 일부 작동된 아크차단기의 경우 트래킹 발생 후 강한 섬락이 지속된 이후에 작동되었기 때문에 직렬 트래킹 사전 예방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 아크차단기 제품의 경우는 모든 부하 조건에서 3회 이상 trip 되지 않아 누전차단기와 차별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원인은 직렬 트래킹 아크의 전기적 신호가 현재 차단기들의 검출 메커니즘의 동작 범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시료에서 non-trip이라는 동일한 결과가 관찰되어,
Table 1에는 직렬 트래킹 현상의 물리적 진행 과정(탄화, 온도 상승 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representative) 실험 결과를 요약하여 나타내었다.
Table 1
Experimental Results of Series Tracking
|
Item |
Load (A) |
Tracking (s) |
Max. Temp. (℃) |
Resistance after Tracking (Ω) |
Breaker Operation |
|
ELCB |
5 |
97 |
> 350 |
1.8 |
Non-trip |
|
10 |
95 |
> 350 |
1.1 |
Non-trip |
|
15 |
93 |
> 350 |
2.1 |
Non-trip |
|
20 |
90 |
> 350 |
1.2 |
Non-trip |
|
AFCI |
5 |
103 |
> 350 |
2.5 |
Non-trip |
|
10 |
98 |
> 350 |
1.2 |
Non-trip |
|
15 |
96 |
> 350 |
1.4 |
Non-trip |
|
20 |
92 |
> 350 |
0.8 |
Non-trip |
Figure 3은 아크차단기를 이용한 15 A 직렬 트래킹 실험에서 관찰된 아크 파형과 그로 인한 온도 상승을 나타낸 것이다. 전류가 0이 되는 지점 근처에서는 아크의 소호(extinction)와 재점화(re-ignition) 과정으로 인해 전류가 일시적으로 흐르지 않는 숄더(shoulder)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와 같이 트래킹성 직렬 아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절연체 표면에 탄화 도전성 경로가 형성되어 트래킹 및 섬락으로 이어졌고, 350 ℃ 이상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화재위험성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아크 고장 특성에도 불구하고, 아크차단기는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trip 되지 않았다.
Figure 3
Waveform and temperature change of AFCI at 15 A series tracking.
Figure 4는 추가적으로 15 A 직렬 트래킹 실험에서 관찰된 아크 파형을 세부적으로 측정한 오실로스코프 파형을 나타낸 것이다. 즉,
Figure 2(a)의 실험 시료에서 측정되는 회로 전체(Z
line + Z
arc + Z
load)의 아크 파형(V
series_arc, I
series_arc)과 Bakelite에 설치된 원형터미널 전극(4 mm)에 직접 차동프로브를 연결하여 측정한 아크 파형(V
arc, I
arc)을 동일 10 A/div으로 하여 나타낸 것이다.
Figur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크차단기가 실제 설치되는 지점에서 인식하는
Figure 4(a)의 아크 파형과 실제 아크가 발생하는 지점(Z
arc)에서 나타나는
Figure 4(b)의 아크 파형의 차이로 인해 직렬 트래킹성 아크를 정확하게 검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직렬회로의 경우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기 때문에 아크 전류인 I
series_arc와 I
arc가 유사하게 관찰이 되지만, 실제 아크차단기가 설치되는 곳에서 측정되는 V
series_arc (rms 229.4 V, max 330 V)와 트래킹성 직렬 아크가 발생되는 V
arc (rms 108.3 V, max 202 V) 지점에서의 아크 전압의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V
arc 지점에서는 파형이 심하게 왜곡되는 전형적인 아크 특성을 보여주고, 약 140~150 V 부근에서 아크 유지 전압으로 전압이 클리핑(clipping)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V
series_arc 지점에서는 일반적인 정현파 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Figure 4
Waveform at 15 A series tracking.
Figure 5는 직렬 트래킹 실험 시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 non-trip 결과 사진을 나타낸 것이다.
Figure 5
Photos showing non-trips of ELCB and AFCI according to current.
상기 실험 조건에서는 현재 상용화된 아크차단기가 실제 전기화재 원인 중의 하나인 트래킹성 직렬 아크에 대해 보호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론적 배경에 언급했듯 직렬 아크의 전류는 부하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험 조건과 같이 정상상태의 부하 전류에서는 정격전류 이하로 제한되므로 과전류 보호기능이 동작할 수 없고, 누설 전류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누전 보호기능도 동작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 누전차단기는 직렬 아크로 인한 전기화재 예방에 효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직렬 아크를 감지하여 전기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아크차단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트래킹에 의한 350 ℃ 이상의 고온의 섬락으로 화재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위험 조건이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on-tirp의 결과가 나타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원인은 트래킹 과정에서 발생하는 점진적이고 불규칙한 전기적 노이즈가 아크차단기의 알고리즘이 위험한 아크로 판단하도록 설정된 임계값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 차단기가 설치되는 지점에서는 아크 발생 지점 특유의 전압 왜곡(voltage distortion) 파형이 검출되지 않아 AFCI가 non-trip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서론에서 제기한 현행 아크차단기 안전 표준(KS C IEC 62606 또는 UL 1699) 시험만으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직렬 아크, 그중에서도 트래킹성 직렬 아크에 대한 예방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현재의 아크 검출 기술이 실제 화재 발생 메커니즘의 복잡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4.2 병렬 트래킹 실험
병렬 트래킹 실험 결과 5 A, 10 A, 15 A, 20 A의 모든 부하 전류 조건에서 누전차단기(EL-1, EL-2, EL-3) 및 아크차단기(AF-1, AF-2, AF-3) 시료 모두 trip 되었다. 하지만, trip이 발생한 시점은 트래킹이 진행된 후 탄화 도전로가 두 전극을 완전히 연결하여 단락(short-circuit)이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Table 2는 병렬 트래킹 현상의 물리적 진행 과정(탄화, 온도 상승 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representative) 실험 결과를 요약하여 나타내었다.
Table 2
Experimental Results of Parallel Tracking
|
Item |
Load (A) |
Tracking (s) |
Max. Temp. (℃) |
Resistance after Tracking (Ω) |
Breaker Operation |
|
ELCB |
5 |
280 |
> 350 |
10.3 |
Trip |
|
10 |
272 |
> 350 |
12.4 |
Trip |
|
15 |
250 |
> 350 |
11.5 |
Trip |
|
20 |
220 |
> 350 |
14.0 |
Trip |
|
AFCI |
5 |
313 |
> 350 |
16.5 |
Trip |
|
10 |
295 |
> 350 |
23.3 |
Trip |
|
15 |
284 |
> 350 |
32.0 |
Trip |
|
20 |
265 |
> 350 |
28.2 |
Trip |
Figure 6은 아크차단기를 이용한 15 A 병렬 트래킹 실험에서 관찰된 아크 파형과 그로 인한 온도 상승을 나타낸 것이다. 탄화 도전로가 전극 간 단락 경로를 형성하는 순간, 부하 전류와 무관한 수백 A의 고장 전류가 발생하며 전압이 급격히 붕괴되는 전형적인 단락(short-circuit) 고장의 전기적 특성이 관측되었다. 이러한 대전류의 단락 아크가 발생하면서 온도는 순간적으로 350 ℃ 이상 급격히 상승하였다. 하지만 직렬 트래킹 실험과는 대조적으로, 아크차단기는 이 단락 전류를 즉각적으로 감지하여 회로를 trip 하였다.
Figure 6
Waveform and temperature change of AFCI at 15 A parallel tracking.
Figure 7은 병렬 트래킹 실험 시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 trip 결과 사진을 나타낸 것이다.
Figure 7
Photos showing trips of ELCB and AFCI according to current.
Figure 8은 병렬 트래킹 실험에서 차단 특성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 아크차단기 AF-2 시료와 AF-3 시료의 trip 특성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동일한 실험 조건에서
Figure 8(a)의 AF-2 시료는 트래킹으로 인한 단락 발생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회로를 차단하여 아크가 미미한 스파크 수준에서 소멸되었다. 그 결과 베크라이트 표면에는 탄화 도전로 외에 유의미한 열적 손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Figure 8(a-5) 참조]. 반면,
Figure 8(b)의 AF-3 시료는 트래킹으로 인한 단락 발생 시 폭발적인 아크 플래시(arc flash)와 불꽃 비산 현상을 동반하며 차단되었다[
Figure 8(b-5) 참조]. 특히, trip 지연으로 인해 대전류가 흐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증가되어 trip 이후에도 단자대에 적열 현상이 잔존하고, 베크라이트 전반에 걸쳐 소손이 발생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화재위험성 측면에서 AF-3 시료는 병렬 트래킹 실험에서 trip 되었으나 병렬 트래킹에 의한 전기화재 예방 효과는 타 아크차단기 시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차단 특성의 현격한 차이는 AF-2 시료가 고속 차단 알고리즘을 탑재한 반면, AF-3 시료는 불필요한 오작동 trip을 방지하는 지연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igure 8
Parallel tracking trip characteristics of AF-2 and AF-3 samples according to current.
상기 실험 조건에서 병렬 트래킹성 아크는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 모두 trip이 되었지만, AF-2 시료를 제외하고는 trip 특성에서 누전차단기 대비 아크차단기의 성능적 우수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두 차단기 모두 아크 발생 단계에서는 보호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최종적인 단락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과전류 보호 기능으로 작동하는 특성이 나타났다. 즉, 아크차단기의 핵심 기능인 아크 고장 검출 능력은 본 실험 조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공급된 이후에야 사후적으로 회로를 차단한 것으로 병렬 트래킹성 아크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여 차단하는 예방적 보호장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5. 결 론
본 논문은 직⋅병렬 트래킹에 따른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의 동작 특성 연구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1. 직렬 트래킹 실험 결과 트래킹성 직렬 아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절연체 표면에 탄화 도전로가 형성되어 트래킹 및 섬락으로 이어져, 350 ℃ 이상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화재위험성이 나타났지만, 사용된 모든 누전차단기 및 아크차단기가 회로를 차단하지 못하는 non-trip 현상이 나타났다. 즉, 본 실험 조건에서는 직렬 아크에 효과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아크차단기의 경우도 트래킹성 직렬 아크에 대한 예방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생각된다.
2. 병렬 트래킹 실험 결과 사용된 모든 누전차단기와 아크차단기가 탄화 도전로 형성 후 발생하는 단락 전류를 감지하여 trip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크차단기는 아크 발생 초기 단계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단락 고장이 발생한 후에야 기존 누전차단기와 동일하게 과전류 보호기능에 의존하여 동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크차단기의 핵심 기술인 아크 고장 검출 능력은 본 연구의 트래킹 실험 조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현재 상용화된 아크차단기의 검출 알고리즘은 점진적이고 불규칙하게 성장하는 트래킹성 아크의 전기적 신호를 이상 상태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렬 트래킹 아크의 경우, 실제 차단기가 설치되는 지점(배전반)에서는 아크 발생 지점 특유의 전압 왜곡 파형이 검출되지 않아 AFCI가 trip에 실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아크차단기 설치 의무화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는 아크에 의한 전기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트래킹성 아크 시나리오를 포함한 시험 표준의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향후 본 연구에서 확인된 직렬 트래킹에서의 ‘non-trip’ 현상 및 병렬 트래킹에서의 ‘아크 고장 검출 능력’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성 높은 차세대 스마트 아크차단기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